2014년 11월 15일 토요일

변증


변증(變蒸)


아이들은 한 번 아프면 한 번 크고, 노인들은 한번 아프면 한 번 늙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소아들이 성장하는 과정중에 주기적으로 한번씩 아프게 되는 것을 한의학에서는 변증이라고 합니다.
대나무가 마디를 만들어 가면서 커 나가고, 새들이 철마다 깃을 갈고 하는 것들이 모두 이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증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과정을 온전하게 거쳐야 하는데 불필요한 치료로 말미암아 후유증을 남기게 되는데 있습니다.
무분별한 해열제의 남용이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방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변증은?

동의보감에서는 "태열"이 흩어지는 과정, "태독이 풀리는 과정", "매번 변증(變蒸)을 마치면 곧 성정(性情)이 전보다 달라진다."고 하고 있습니다.
한번 아프고 나니 치아가 나고, 한번 아프고나니 말을 하기시작하고, 한번 아프고 나더니 기어다니기 시작하고, 걷기 시작하고 하는 것들이 바로 변증인 것입니다.

▶변증의 증상과 경과는?

변증(變蒸)의 글자풀이에서 먼저 찾아 볼수 있습니다.
"變"이 의미하는 것은 "아이가 평상시하고는 다른 변화를 겪는다."라는 것이고,
"蒸"은 "열이 오른다."라는 의미 입니다.

대체적인 증상이 가벼울 경우에는 미열이 나고(38도-38.5도), 잘 먹지 않으며, 자주 보채고, 잘 토하고,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고, 땀을 약간 많이 흘리고, 약간 놀란듯 한 상태를 보이게 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고열(39도-40도)이 나고, 땀이 없으며, 심하게 보채며, 가래가 끓고, 기침도 하며, 토하거나 설사를 하며 맥을 추지 못하게 됩니다.

변증은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생후 10개월정도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열 달 동안 변증을 제대로 거치지 못하면 그 이후로도 변증의 증상이 수시로 나타나게 됩니다. 동의보감에는 32일을 주기로 변증이 거듭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변증의 치료는?

변증이 가벼운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5일-7일정도면 그 증세가 사라지게 되고, 심한 경우에도 7-10일이면 끝나게 됩니다.
가볍게 땀을 내어 주거나, 변을 잘 통하게 해 주면 좀 더 부드럽게 변증의 과정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잘 경험해 보지 못한 부모님들께는 힘든 일일수도 있지만 한두번만 겪어 보시면 편안한 마음으로 변증을 이해할수 있게 되고, 해열제와 항생제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수 있게 됩니다.
  
▶주의점은?

변증의 증상을 보면 감기의 증세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변증을 감기로 오인하고 해열제와 항생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
하지만 변증에 해열제를 투여하면 일시적으로 열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곧 다시 오르게되고, 다양한 후유증을 남기게 됩니다.

"우리 아이는 한번 열이 오르면 일주일 정도는 해열제를 먹여야 열이 겨우 가라앉는다."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님들을 자주 뵙게 되는데, 이것은 바로 변증을 감기로 오인하고 해열제를 투여하는 경우인 것입니다.

해열제를 먹이지 않았어도 낫게 되는 것이고, 오히려 해열제의 사용이 제대로된 변화의 과정을 막는 결과가 되어 더 자주 열이 오르는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감별점은?

그럼 감기와 변증을 구별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 까요?
동의보감에서는 다음의 세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쳣째 귀가 차다. 열이 나서 머리는 뜨끈 거리지만 귀를 만져보면 전혀 열이 없는 것이 첫번째 차이점이라는 것입니다.
찬바람을 쐬이지 않고 방안에 가만히 뉘어 놓인 상태에서도 귀는 바로 옆인 이마와 볼과 비교했을때 현격한 체온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감기인 경우에는 귀도 뜨겁고 이마나 볼도 뜨겁습니다.

둘째 엉덩이가 차다.
몸에는 열이 후끈 거리지만 엉덩이쪽은 그리 열이 심하지 않는 것이 두번째 차이점 입니다.
볼기짝을 잘 만져 보십시요.
배나 등에 비하여 온도 차이가 뚜렷합니다.

셋째 윗입술 중간에 수포가 잡힌다.윗입술의 중간에 수포가 생기게 되는것을, 일반적으로 젖병을 빠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들을 하시는데, 이 수포가 도드라지면서 커지고 선명해 지는 것이 바로 변증을 할때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인 것입니다.
매일매일 아이의 윗입술을 살펴보세요.
누구나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변증을 잘 넘기려면

아이가 웬지 평상시하고는 좀 다른듯 하면서 열이 좀 있는 듯 하면, 윗쪽의 세가지 사항을 검토해 보십시요.
그래서 변증의 증상이 확인되면 다음의 주의사항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해열제를 함부로 투여하지 않는다. 해열제를 먹여도 일정시간이 지나면 다시 열이 오르는 것을 반복하게 될 뿐입니다. 그럴수록 체력이 떨어져 더 오랫동안 고통받을 뿐입니다.

몸을 차게 하지 않는다.
변증의 열은 땀을 흘려야 떨어집니다. 열을 떨구기 위하여 몸을 차게 하는 것은 땀구멍을 막아서 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되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억지로 먹이지 않는다.
몸이 아플때 식욕이 저하되는 것은 면역력과 저항력을 높이기 위한 우리몸의 정상적인 대응입니다. 억지로 우유나 이유식을 먹이는 것은 치유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먹지 않는다 하여 입에 달짝지근한 음식을 주는 것은 오히려 열을 조장하고 치유를 늦추는 결과를 낳습니다. 변증이 끝난 다음에는 그 전에 비하여 왕성한 식욕을 보이게 됩니다.

목욕을 자주 시키지 않는다.
굳이 목욕을 시켜야 한다면 따뜻한 물에 씻기고 곧장 물기를 완전히 닦은 다음 따뜻하게 하여 한숨 재워야 합니다.

찬바람을 쐬게 하지 않는다.
좋지 않겠죠?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변증을 할 때 해열제를 성급하게 투여하는것은 자연스런 성장의 과정을 방해하여 후유증을 남기게 됩니다.
느긋하게 증상의 변화를 살피며, 인체 스스로 치료해 나가는 과정을 기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컴퓨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컴퓨터를 새로 사게 되면 우리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깔아야 합니다.
그런 프로그램을 새로 깔때 마지막에 컴퓨터를 다시 부팅(재시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자주 접할수 있습니다.
변증은 바로 이러한 재시작을 의미합니다.
하나하나 그 쓰임새를 갖춰나가면서 몸에 익숙하게 하는 것이 바로 변증입니다.
해열제를 먹이는 것은 우리 몸의 업그레이드를 방해하는 것입니다.<끝>



댓글 없음:

댓글 쓰기